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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결, 속도의 결을 잇다
디지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와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일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며, 정보는 손끝에서 흘러넘친다. 디지털 세계는 효율과 속도의 미학을 구현하며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종종 ‘느림’의 가치를, ‘손맛’의 깊이를 놓치고 살아간다. 바로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다.
아날로그는 느리고 불편할 수 있다. 손으로 쓴 편지는 메신저보다 늦게 도착하지만, 그 글씨에는 마음의 온도가 배어 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는 번거롭지만, 사진 한 장에 담긴 기다림과 순간의 정성은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아날로그는 인간의 체온이 스며 있는 삶의 흔적이고, 사라져 가는 감성의 보고다.
그렇다고 디지털을 거부할 수는 없다. 디지털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시대의 흐름이다. 교육, 의료, 예술, 행정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물음 앞에 서 있다.
답은 ‘균형’에 있다. 디지털의 날렵함과 아날로그의 따뜻함은 상반된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에 사람의 감성을 덧입히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나누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디지털은 도구이고, 아날로그는 정신이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인간성은 기술 속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아날로그를 잊지 않는 디지털, 디지털을 무시하지 않는 아날로그. 이 두 흐름이 만날 때 비로소 풍요로운 삶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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