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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의 생각, 생각, 생각

말이 적은 자와 말이 많은 자

by 청람지기 2025. 4. 7.









“똑똑한 자는 말이 적고,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아는 것이 적다.”





짧은 문장이지만, 오랜 사색을 요구하는 무게를 지닌 문장이다. 이 말은 단순히 말의 양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내면의 깊이와 말의 진실성,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고 있다.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고귀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가장 쉽게 드러내고 소진시키는 위험한 수단이기도 하다. 똑똑한 자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꼭 필요한 말을 신중히 고른다. 그들의 침묵은 무능함이나 소극성이 아니라, 사유와 절제, 그리고 진실의 발현이다. 말이 적다는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을 함부로 흘리지 않고, 지식이 단지 아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 체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말하기’보다는 ‘이해하기’와 ‘들어주기’에 무게를 둔다.

반면,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자신이 안다고 믿는 것을 끊임없이 발설하며, 타인에게 영향을 주려 하고 스스로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은 오히려 그의 무지를 드러낸다. 진실로 아는 자는 말의 무게를 알기에, 그것이 자칫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알기에, 말을 삼킨다. 그에게는 말보다 더 깊은 ‘지혜의 고요함’이 존재한다.

이 말은 동양의 사유, 특히 유가와 도가의 맥을 닮아 있다. 공자는 “知者不言, 言者不知(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고, 노자는 “言多必失(말이 많으면 반드시 허물이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고대 사상가들도 지혜의 깊이를 말의 절제로 표현했다. 지식은 쌓이는 것이고, 지혜는 다듬어지는 것이다. 많이 말하는 이가 지식을 많이 가진 것 같지만, 그것은 아직 내면화되지 않은 정보의 나열일 뿐이다. 반면, 말을 아끼는 이는 이미 그것을 통과하여 자신의 언어로 정제해 낸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댓글과 대화, 방송과 홍보, 정보의 바닷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내고, 또 얼마나 적게 이해하며 살아가는가. 이럴수록 우리는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사유하고, 말 한마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진실된 말은 조용히 가슴에 와닿고, 지혜로운 침묵은 많은 소음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이 문장은, 말보다 삶으로 증명하라는, 시대를 관통하는 깊은 성찰의 촉구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