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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의 고뇌를 통해 본 한국 서민의 현실

by 청람지기 2025. 4. 6.


 

트럭 운전사의 고뇌를 통해 본 한국 서민의 현실

 

 

                       트럭운전사 안최호

 

 

 


트럭 한 대.
그것은 한 가장의 꿈이자 생계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자연인으로서 낭만을 꿈꾸며 살아도 현실은 생계를 외면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뿌리내리고자 했던 삶은, 결국 매달 쌓여가는 고정비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할부로 뽑은 트럭 한 대, 그것이 유일한 밥벌이었다.

남들은 트럭 운전하면 제법 번다고 말한다. 전국을 누비며 자유롭게 일하고, 몸 쓰는 대가로 돈을 버니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실제는 다르다.

한국 경제는 갈수록 움츠러들고, 정치 역시 혼란의 연속이다. 누가 이 나라의 중심을 잡고 있는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지만 돌아오는 건 탁상공론과 정쟁뿐이다. 이 사이에서 서민들은 하루하루 무너진다.

이삿짐이 없다.
서울에서 가득 실었던 짐을 부산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차는 비어 있고 마음은 무겁다. 기름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운송료는 제자리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비비, 할부금, 보험료까지 빠지고 나면 손에 쥐는 건 기름 냄새뿐이다. 불황은 단지 뉴스 속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서민의 밥상과 통장을 말라가게 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트럭 운전사는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새벽 다섯 시, 이른 하늘 아래에서 시동을 켜고 오늘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 부디 돌아오는 길에 빈 차가 되지 않기를. 한 달에 몇 번이라도 꽉 찬 짐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밀린 공과금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텐데.

정치인들은 경기부양이니 복지 확대니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지만, 그 말 한 마디가 한 서민의 삶에 닿기까지는 너무 먼 거리다. 지금도 국회는 대립 중이고, 정책은 미완이다. 국민이 먼저라던 말은 선거철을 지나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그 사이 서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무너진다.

오늘도 어떤 이는 무리한 할부로 산 트럭을 넘기고 사업을 접었다.
또 다른 이는 야간 운행 도중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름값에 허덕이다 폐업 신고를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서민의 현실이다.
이 나라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끝까지 버틸 수 있기를 바라는 건, 이제 사치인가. 트럭 위에서 조심스럽게 희망을 품는다. 오늘은 무사히, 그리고 조금은 벌기를.

서민의 땀은 국가의 기둥이다.
그 기둥이 흔들리면, 모두가 무너진다.
지금이 바로 그 기둥을 돌아볼 때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줄기 눈물 같은 진실 앞에서

 

 


안최호의 글은 그 어떤 정치적 수사나 통계보다 더 뼈아프게 오늘의 현실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자연인’이라는 낭만을 품었으나, 속으로는 ‘할부’라는 현실에 얽매인 삶. 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독자의 가슴에 망치처럼 내리친다. 트럭 운전사의 빈 차는 단순한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나라를 살아가는 수많은 서민들의 텅 빈 통장, 가슴,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

그의 글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본다. 누구는 부모의 모습에서, 누구는 자신의 하루에서. ‘또 희망을 갖고 트럭에 오른다’는 문장 한 줄에 담긴 절망과 의지의 교차는, 우리 모두가 이 사회를 버티며 살아가는 방식을 말없이 대변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다정하면서도 냉정하고, 절실하면서도 담담하다.

정치인들이여, 이 글 앞에서 침묵하라.
그 침묵은 반성이어야 하며, 성찰이 되어야 한다.
안최호가 말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고통’이 아니라, 정치가 놓쳐버린 민심의 밑바닥이다. 여론조사나 지지율을 보기 전에, 이 글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트럭 위에서 흘린 땀방울을 상상해보라.

국민을 위한 정치란, 거창한 개혁이나 공약이 아니라 바로 이 글 속 한 사람의 생계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이다. 그 시작은, 말이 아니라 경청이다.

안최호는 유명 작가도 언론인도 아니지만, 오늘 이 나라에 가장 절실한 문장을 썼다.
그것은 바로, "그래도 또 희망을 갖고 트럭에 오른다."
지금 이 글에 고개 끄덕인 국민은 많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성할 정치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