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 생각, 생각, 생각22 봄은 여름을 꿈꾼다 ■ 봄은 여름을 꿈꾼다봄은 피어남의 계절이다. 모든 생명이 동면을 끝내고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봄은 그 자체로 완성되지 않는다. 봄은 늘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그 무언가는 바로 여름이다. 봄이 그토록 온몸을 다해 꽃을 피우고 새순을 밀어 올리는 이유는 언젠가 태양이 머리 위에 정점에 머물고 생명이 그 절정을 이루는 여름이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봄은 여름을 꿈꾸며 자신을 준비한다. 이때 ‘꿈꾼다’는 것은 단순한 희망의 표명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전체가 어떤 이상을 향해 자발적으로 전진하고 있음을 뜻한다.봄은 자신이 여름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여름을 향해 존재를 소모한다. 꽃은 지고 잎은 무성해지며 결국 자신의 자리를 다음 계절에 내어준다. .. 2025. 4. 9. 새우의 잠을 자며 고래의 꿈을 꾸라 ■ 새우의 잠을 자며 고래의 꿈을 꾸라 누군가는 말했다. 새우의 잠을 자며 고래의 꿈을 꾸라고. 그 말은 작고 보잘것없는 자리에서도 크고 위대한 뜻을 품으라는 뜻일 것이다. 새우의 잠은 짧고도 불안하다. 얕은 바닷속에 몸을 숨기고도 언제 닥칠지 모를 위협에 눈을 감지 못한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한 존재. 그러나 그런 새우에게도 꿈을 꿀 권리는 있다. 단지 현실이 좁다고 해서 마음까지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반면, 고래의 꿈은 광활하다.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치고 깊은 심연까지 다녀오는 고래처럼, 그 꿈은 우주의 먼 별까지도 닿는다. 고래의 꿈은 바로 무한한 가능성, 높은 비전이다. 문제는 새우가 고래의 꿈을 꾸는 동안, 자신의 .. 2025. 4. 9. 지하철은 나의 글방이다 ■ 지하철은 나의 글방이다 지하철은 글방이다.누군가는 글을 쓰기 위해 고즈넉한 서재를 찾고, 바람 부는 창가나 조용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지만, 사람들 틈에 섞인 지하철만큼 생생한 글감이 쏟아지는 곳도 드물다.그곳엔 삶의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출근길에 지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직장인, 친구와 속삭이며 웃는 학생들, 무릎에 손을 얹고 조용히 앉아 있는 노인의 주름진 손까지. 스쳐 지나가는 얼굴 하나하나가 문장의 주인공이 되고, 잠깐의 대화 한 토막이 단숨에 단락이 된다.조용함은 사색을 낳지만, 북적이는 공간은 뜻밖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소란한 기척들 사이에서도 마음은 점점 고요해지고, 반복되는 정차음 사이에서 문장이 흐르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의 정.. 2025. 4. 9. 내 제자가 소방관입니다 ■ 불이 나면 모두가 달아난다. 사람도, 짐승도, 본능적으로 생명을 피신시키려 한다. 그러나 모두가 도망치는 그 순간, 불길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소방관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남의 생명을 위해 한걸음 다가서는 이들. 누구보다 용기 있는 이들이다.내게는 그런 이 중 한 사람이 제자다. 소중한 제자가 이제는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 되어 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든든하고, 가슴 깊이 자랑스럽다. 누군가는 직업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소명을 살아간다. 내 제자는 후자다. 불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뜨거운 현장으로 들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훈련과 체력,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향한 깊은 사랑,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 2025. 4. 9. 스마트폰 예배당 ■ 스마트폰 예배당덜컹이는 전동차 안, 이곳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하 예배당이다. 각기 다른 얼굴과 복장을 한 신도들이 앉아 있지만, 자세는 하나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은 모아 앞을 응시한다. 시선 끝에는 경전 대신 스마트폰이 있다. 웃음도, 탄식도, 심지어 분노도 모두 작은 화면 안에서 펼쳐진다. 눈을 감고 있는 이는 단순한 명상가가 아니다. 그는 노인의 기척을 감지한 수행자다. 이윽고 앞에 노인이 서자 눈을 지그시 감고 내면의 세계로 깊이 침잠한다. “나는 지금 없다”는 무언의 주문과 함께.예전 같으면 삼강오륜이 어른거렸겠지만,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의 도덕이다. 남을 배려하기보단, 이어폰 속 유튜버의 설교가 더 시급하다. ‘구독과 좋아요’는 현대인의 새로운 효와 충이다... 2025. 4. 7. 다시 피어나는 오늘 ■ 다시 피어나는 오늘 지나간 계절은 언제나 조금 아리다. 그 속엔 놓쳐버린 순간들이 있고, 차마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있으며, 때론 손끝에서 미끄러진 희망도 있다. 그러나 봄은 사라지는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계절이다.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비록 고단하고 버겁다 해도, 그 속에는 반드시 살아갈 이유가 숨어 있다.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며 한 발씩 내딛는 일상, 그 안에는 견디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론 어둠이 길게 드리워도, 우리는 그 어둠 너머에 새벽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믿음 하나로 다시 걷는다.삶이란 언제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일 새로이 깨어나는 선택의 연속이다. 메마른 땅을 걷더라도, 그 발걸음 위에 다.. 2025. 4. 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