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 생각, 생각, 생각19 내 제자가 소방관입니다 ■ 불이 나면 모두가 달아난다. 사람도, 짐승도, 본능적으로 생명을 피신시키려 한다. 그러나 모두가 도망치는 그 순간, 불길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소방관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남의 생명을 위해 한걸음 다가서는 이들. 누구보다 용기 있는 이들이다.내게는 그런 이 중 한 사람이 제자다. 소중한 제자가 이제는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 되어 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든든하고, 가슴 깊이 자랑스럽다. 누군가는 직업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소명을 살아간다. 내 제자는 후자다. 불길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뜨거운 현장으로 들어가는 그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훈련과 체력,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향한 깊은 사랑,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 2025. 4. 9. 스마트폰 예배당 ■ 스마트폰 예배당덜컹이는 전동차 안, 이곳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하 예배당이다. 각기 다른 얼굴과 복장을 한 신도들이 앉아 있지만, 자세는 하나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은 모아 앞을 응시한다. 시선 끝에는 경전 대신 스마트폰이 있다. 웃음도, 탄식도, 심지어 분노도 모두 작은 화면 안에서 펼쳐진다. 눈을 감고 있는 이는 단순한 명상가가 아니다. 그는 노인의 기척을 감지한 수행자다. 이윽고 앞에 노인이 서자 눈을 지그시 감고 내면의 세계로 깊이 침잠한다. “나는 지금 없다”는 무언의 주문과 함께.예전 같으면 삼강오륜이 어른거렸겠지만,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의 도덕이다. 남을 배려하기보단, 이어폰 속 유튜버의 설교가 더 시급하다. ‘구독과 좋아요’는 현대인의 새로운 효와 충이다... 2025. 4. 7. 다시 피어나는 오늘 ■ 다시 피어나는 오늘 지나간 계절은 언제나 조금 아리다. 그 속엔 놓쳐버린 순간들이 있고, 차마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있으며, 때론 손끝에서 미끄러진 희망도 있다. 그러나 봄은 사라지는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계절이다.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비록 고단하고 버겁다 해도, 그 속에는 반드시 살아갈 이유가 숨어 있다.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며 한 발씩 내딛는 일상, 그 안에는 견디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론 어둠이 길게 드리워도, 우리는 그 어둠 너머에 새벽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믿음 하나로 다시 걷는다.삶이란 언제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일 새로이 깨어나는 선택의 연속이다. 메마른 땅을 걷더라도, 그 발걸음 위에 다.. 2025. 4. 7. 파면 이후, 성찰과 통합의 시간 ■ 파면 이후, 성찰과 통합의 시간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결정했다. 대한민국은 정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결정은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적 운명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되었다. 본 칼럼에서는 이 결정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이후 정치적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윤석열은 취임 이후부터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갈등에 직면했다. 특히, 그의 정부는 고위공직자 부패 문제와 인사 문제,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들로 인해 큰 반발을 샀다. 이로 인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대패를 했고 여와 야,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 2025. 4. 7. 시계 초침 소리 https://youtube.com/shorts/qTDetWMP16w?si=Ar-W_SpfhyExD9sE ■ 시계 초침 소리 시계 초침 소리는 작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고, 그마저도 일상 속 소음에 묻혀 사라지기 일쑤다. 하지만 고요한 새벽, 불 꺼진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노라면 그 작은 ‘째각’ 소리는 생의 숨소리처럼 느껴진다. 마치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하듯, 시간은 초침을 타고 성실히 흘러간다.고단한 삶은 이 초침 소리와 닮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식탁 위에 놓인 식은 밥, 묵묵히 쌓여가는 설거지 그릇, 아무도 보지 않는 땀방울. 그 모든 것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묻는다. 이렇게 살아 뭐가 .. 2025. 4. 7. 쓰레기도 보물이다 ■ 쓰레기도 보물이다 아파트 분리수거장 한켠, 다리가 부러진 낡은 나무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벗겨진 페인트, 닳아버린 나뭇결. 그러나 그 안에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 무릎 위의 포근함, 담요 냄새, 울며 시험지를 찢던 밤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듯했다. 그날 이후, 버려진 것들 속에서 삶의 자취를 읽는 일이 시작되었다.길가에 깨진 유리 조각 하나, 햇살을 받아 별처럼 반짝이고. 낡은 구두 한 켤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의 흔적을 남긴다. 플라스틱 뚜껑 하나에도 병상 곁에서 마신 생명의 물이 스며 있다. ‘쓸모없음’이라는 말은 인간의 오만이 빚은 허상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무엇이든 쓰고 버리는 이분법으로 나뉘지만, 자연은 그런 경계를 모른다. 낙엽은 흙이.. 2025. 4. 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