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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다시 시작할 것인가
— 저출산 위기의 시대를 넘어
한국은 지금 국가 존립을 위협받는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출산율 0.7. 세계 최저라는 이 수치는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다.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060년에는 인구가 급감하여 국가의 경제 기반은 물론 사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노동 인구가 부족해지고, 고령자 부양 부담이 폭증하며, 지역 공동체는 붕괴의 길을 걷는다. 이미 농촌은 소멸하고, 지방의 학교는 문을 닫으며, 마을은 텅 빈 채 남아 있다. 이것은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미래를 포기한 사회’라는 뼈아픈 자화상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 데 있지 않다. 진짜 위기는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청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짐으로 여긴다. 이유는 분명하다. 높은 집값에 내 집 마련은 꿈이고, 비정규직과 취업난 속에서 삶은 불안하다. 교육비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고,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겨져 있다. 경직된 직장 문화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모든 구조 속에서 출산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선택이 된 것이다.
이제는 방향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단지 출산 장려금을 몇십만 원 더 준다고, 누군가 기꺼이 아이를 낳을 리 없다.
첫째,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제도와 문화가 절실하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돌봄의 책임을 지는 사회, 육아휴직이 당연하고 불이익이 없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둘째, 주거 안정과 청년 고용의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다. ‘같이 키우는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의 소리, 웃음소리 가득한 가정, 서로 돕는 이웃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저출산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제는 모두가 함께 답을 내야 할 시간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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