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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의 생각, 생각, 생각

지하철은 나의 글방이다

by 청람지기 2025. 4. 9.



 

 

 

               지하철은 나의 글방이다

 

 

 

 

지하철은 글방이다.

누군가는 글을 쓰기 위해 고즈넉한 서재를 찾고, 바람 부는 창가나 조용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지만, 사람들 틈에 섞인 지하철만큼 생생한 글감이 쏟아지는 곳도 드물다.

그곳엔 삶의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출근길에 지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직장인, 친구와 속삭이며 웃는 학생들, 무릎에 손을 얹고 조용히 앉아 있는 노인의 주름진 손까지. 스쳐 지나가는 얼굴 하나하나가 문장의 주인공이 되고, 잠깐의 대화 한 토막이 단숨에 단락이 된다.

조용함은 사색을 낳지만, 북적이는 공간은 뜻밖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소란한 기척들 사이에서도 마음은 점점 고요해지고, 반복되는 정차음 사이에서 문장이 흐르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의 정적인 사유, 그 역설 속에서 단어가 엮이고 문장이 자란다.

지하철의 리듬은 글쓰기의 박자와도 닮아 있다. 출발과 정지, 그 틈에 일어나는 침묵과 소음, 반복과 변화. 한 문장이 막히면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고, 다시 흐름이 이어지면 펜 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조로운 듯 보이지만 날마다 새로운 풍경이 흘러간다.

이동하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도 흘러간다. 글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거리에서 나온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삶이 얽힌 플랫폼에 발을 디딘다. 낯선 표정들 사이에서 문장이 피어난다. 고요한 서재가 아닌, 사람의 숨결이 모여 있는 이곳. 지하철은 언제나 살아 있는 글방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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